[US 에어웨이 불시착] 허드슨강의 기적 낳은 '영웅들'
'허드슨강의 기적’은 영웅들을 만들어 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 29년 경력의 노련한 기장, 물 속에 가라앉으면서도 침착을 잃지 않은 150명의 승객들, 페리에서 구명 조끼와 밧줄을 던지며 구조에 동참한 페리 승객들, 차디찬 물 에 뛰어들면서까지 몸을 아끼지 않은 구조대들의 헌신이 기적의 모자이크를 구성한 주인공들이다. ■슐렌버그 기장, 노련한 대응으로 참사 모면 자신을 포함 탑승자 155명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노련한 기장 체슬리 B 슐렌버그(사진)의 침착함 때문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사건 당일 기자회견에서 “조종사는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착륙시켜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비행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면서 슐렌버그를 극찬했다. 데이빗 패터슨 뉴욕 주지사 역시 “자신과 승객을 구한 영웅”이라고 조종사를 치켜세웠다. 기장의 아내 로리 슐렌버거는 “두 딸과 함께 사건 당일 충격에 휩싸였다”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슐렌버거 기장은 비행기 추락 사고를 아내에게 전하면서도 자신이 그 비행기의 기장이었던 것은 알리지 않았다고. 로리는 “뉴스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그는 곧 “남편은 조절 능력이 뛰어난 조종사”라고 자랑했다. 기장과 함께 조종실에 있었던 부조종사 제프리 스카일즈 역시 침착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일즈의 아내 바바라는 “남편이 아직도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을 믿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내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 외에는 별다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사고기 탑승객, 승무원 안내로 침착하게 대피 150명의 탑승객들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구조에 응했다. 칼 바자리안은 “사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는 카오스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기내는 정말 조용하고, 아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울기는 했는데, 그 정도야 있을 수 있는일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어린 딸과 함께 탑승하고 있었던 브래드 웬첼은 “딸과 함께 살아난 지금, 더 할 말이 없다”면서 “아이의 따뜻한 귀에 대고 뽀뽀를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탑승객 앤드뷰 제미슨은 “분명히 신이 우리 모두를 보살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 목숨을 살린 탑승객도 있었다. 암을 이겨낸 메리 버크위츠는 이번 사고에서도 목숨을 건졌다. 그는 “암도 이겨내고, 이번 사건도 이겨냈다”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탑승객 중에는 이번 사고를 영감으로 삼아 노래를 만들겠다는 가수도 포함돼 있었다. 호주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엠마 소피아는 영감을 찾기 위해 뉴욕에 들렀다 이러한 상황을 맞았다. 그는 “이제 정말 영감을 받은 것 같다”면서 “‘허드슨 강 바닥에서의 내 인생’이라는 노래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리 선장·승객, 구명조끼 던지며 구조 동참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는 페리들도 구조에 동참했다. 뉴욕워터웨이가 운영하는 페리 ‘토마스 제퍼슨’은 마침 근처에 있다가 금새 추락 현장에 도착했다. 선장과 승객들은 페리에 비치된 구명 조끼와 튼튼한 밧줄을 추락 비행기 탑승객들에게 던져주기 시작했다. 고무 구명 보트에 타고 있던 승객을 페리로 끌어 올리기도 했다. 선장 빈센트 롬바르디는 “우리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기뻐했다”면서 “승객들이 두려워 하면서도 우리를 보자 ‘서둘러 달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무 보트에서 울고 있던 한 노인 여성을 밧줄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 페리에서 구조된 탑승객만 총 56명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페리인 ‘토마스 킨’의 선장인 브리트니 카탄자로는 “추락한 비행기를 보자마자 우리가 해야할 일을 알았다”고 말했다.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방향을 튼 이 페리는 총 24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합동 구조대원, 차가운 강물에 몸 던지며 투혼 뉴욕시 경찰국(NYPD)과 소방국(FDNY), 해양구조대는 발빠른 대처로 구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FDNY는 사건 발생 5분도 안된 3시 31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를 시작했다. 차디찬 허드슨 강물에 몸을 던진 경찰도 있었다. 뉴욕 시경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구조 보트에 매달려 선착장으로 이끌려 오는 30대 후반 탑승객을 보자마자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승객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강물 속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몸이 완전히 지치고, 두려움이 너무 커서 보트로 몸을 올릴 힘조차 없어 물 속에 있는 그녀와 함께 수영해 선착장까지 갔다”고 밝혔다. 응급 구조대에 따르면 최소한 78명의 탑승객이 저체온 증상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다. 뉴저지도 구조 지원에 나섰다. 위호큰 지역의 경찰, 소방관, 응급 구조대들은 탑승객을 구조해 뉴저지 지역 병원으로 호송하는데 힘을 보탰다. 조진화 기자 [email protected]